1-묵상의 한계에 부딪힐 때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을 떼어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일은 귀하다.
하지만 늘 물 흐르듯 은혜로운 것만은 아니다.
묵상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거대한 벽이나 한계에 부딪힐 때가 온다.
본문을 아무리 여러 번 읽어도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통 알 수 없을 때가 바로 그렇다.
맥락이 끊기고, 단어의 뜻이 모호하며, 본문이 붕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당황한다.
억지로 의미를 쥐어짜 내려다 지치기도 하고,
결국 ‘오늘은 여기까지’라며 서둘러 성경을 덮어버리기도 한다.
2-우리는 신학자가 아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해주어야 할 말이 있다.
바로 “우리는 신학자가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성경은 수천 년 전, 지금의 우리와는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 역사적 배경 속에서 쓰인 책이다.
고대 근동의 관습이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모르는 일반인이 성경의 모든 구절을 단번에
이해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모르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당장 깨달음이 없다고 해서 나의 영성이나 묵상 능력을 자책할 필요도 없고
억지로 그럴싸한 상상력을 동원해 본문을 끼워 맞출 필요도 없다.

3-검증된 주석의 도움을 받자
그렇기 때문에 의미를 알 수 없어 묵상의 길이 꽉 막혔을 때는 무리하지 말고 검증된 도구를 꺼내 들어야 한다. 신뢰할 만한 주석이나 스터디 바이블을 찾아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ESV 스터디 바이블』이나 『IVP 성경배경주석』, 혹은 대중적으로 잘 쓰인 톰 라이트의 『에브리데이 시리즈』 같은 책들이 좋은 길잡이가 된다.
이런 검증된 주석들은 본문이 쓰인 당시의 시대적 배경, 원어의 본래 의미, 저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짚어준다.
꽉 막혀 있던 구절도 건강한 주석의 도움을 받으면 그 의미가 선명해지고
표류하던 묵상은 다시 깊은 샘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된다.
4-성경 공부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라
하지만 주석을 펼쳤다면 여기서 반드시 주의해야 할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
그렇다고 너무 깊이 파고들지는 말라는 것이다.
주석을 읽다 보면 지적 호기심이 자극된다.
역사적 사실을 더 캐내고 싶고, 원어의 문법을 따지고 싶어 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하나님과의 교제인 ‘묵상’의 시간은 사라지고, 머리로만 지식을 쌓는 ‘성경 공부’ 시간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우리의 목적은 성경에 대한 파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다.
그 말씀을 통해 오늘 내 삶에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이다.
주석은 본문을 오해하거나 엉뚱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5-다시 고요한 묵상의 자리로
주석을 통해 막혔던 본문의 의미가 이해되었다면, 미련 없이 주석을 덮어라.
그리고 새롭게 이해된 그 말씀을 가슴에 품고 다시 하나님 앞에서의 고요한 묵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하나님, 이 말씀이 오늘 나의 일상과 관계 속에서는 어떻게 적용되어야 할까요?”
묵상의 진정한 심화는 지식이 방대해지는 데 있지 않다.
말씀과 내 삶의 거리가 좁혀져, 마침내 말씀이 내 삶이 되는 것에 있다.
한계에 부딪혔을 때 도구를 지혜롭게 활용하되, 본질인 ‘하나님과의 대화’를 놓치지 않는다면 우리의 묵상은 훨씬 더 깊고 풍요로운 세계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